야 나 리 Yana Lee
그래픽디자이너로 한국, 이태리, 프랑스등에서 일을 하였고 현재는 그림책 작가이며 2011년 프랑스에서 첫 그림책 “La soupe de maman baleine”를 시작으로 여러 권의 그림책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림책작가로써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미지가 언어에 얽메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떠한 조건과 상황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고 솔직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전업작가를 선택하였습니다.
순수회화작업과 전시는 2018년부터 시작하였으며 추상적인 배경과 동물의 구상을 조합한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프레드릭을 찾아서]
지금까지의 작업은 주로 다양한 회화의 기법과 스케일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회화방식을 창작하는데 집중을 하였습니다. 저는 주로 동물을 그리며 동물을 의인화하는 그림이 제가 가장 선호하는 표현방식이었습니다. 그림책 작가인 영향도 있지만 동물을 그냥 사실 그대로 그리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형상화 시키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프레드릭”은 레오 리오니라는 작가가 쓴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작가인 저는 이 그림책을 참 좋아합니다. 프레드릭은 다른 생쥐들이 열심히 겨울을 준비하며 일을 할 때 혼자서 가만히 있습니다. 친구들이 뭐하냐고 핀잔을 줘도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다 말합니다. 언뜻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지요.
나는 햇살을 모으고 색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라고 말합니다.
힘든 겨울의 끝에 모은 곡식이 다 사라지고 춥고 우울할 때 프레드릭은 모았던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풉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넌 시인이야” 라고 말할 때 너무나 당연하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도 알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면서 사는 예술가 프레드릭의 마지막 한마디가 너무나 부럽고 멋있어서 저는 항상 프레드릭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이 긴 겨울이 끝나갈 때 나의 친구들과 세상에 당당하게 “나도 알아” 라고 말하며 그동안 모은 색과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상상의 캐릭터들과 추상의 배경을 섞어가며 계속 부딪치며 고민했던 제 그림의 스타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상과 추상의 매력을 모두 다 가지고 싶은 욕심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자신의 그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저는 세상에 처음 태어나는 저만의 캐릭터의 생명체가 좋으며 그 생명체가 살아갈 미지의 세계를 캔버스에 만들어주고 싶습니다.